- 타워크레인 노동자들 “월례비가 문제? 불법 불량 시공부터 때려잡아야”
▲ 건설현장의 ‘공중부양’? 건설현장에서 철근공으로 보이는 외국인 노동자가 굳어진 콘크리트를 뚫고 나온 철근 몇 가닥에 몸을 세우고 아슬아슬하게 철근 결속 작업을 하고 있다. 자료제공 = 익명의 타워크레인 기사 제보 |
[한인협 = 박귀성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개혁 3대 과제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꼽고 건설현장 대표적인 개혁사례로 타워크레인 노동자들의 ‘월례비’를 콕 찍어 지목하고 나서면서, 국민 여론에서 차기 대권주자로 꼽히고 있는 원희룡 국토부장관이 노동개혁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모양새가 연일 각 언론매체에 등장하고 있는데 대해 건설노동자들은 “윤석열 원희룡이 건설현장을 크게 잘못 짚고 있다. 건설현장에서 한시 바삐 개혁해야 할 현실은 불법과 불량이 판치는 부실시공, 근로기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등을 멋대로 위반하며 위험한 작업을 강행하고 있는 행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유상덕 위원장은 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에 대해 “불법 월례비는 우리 노동조합 기사들의 경우가 결코 아니다. 노동조합 소속의 타워크레인 기사들 가운데 일부 기사들이 일탈을 저지르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들 노동조합 소속 조합원들도 대부분 기사들은 매우 양심적이고 성실히 근무하고 있다. 정부가 ‘월례비 근절’을 건설현장의 노동개혁 목표로 삼았을 때는 건설현장의 실정을 가장 우선적으로 똑바로 알아보았어야 한다. 월례비가 왜 생겨났고, 수십년 동안 관행으로 굳어지게 되었는지 그 내막을 잘 살펴보면 ‘월례비 탄생’의 원인이 있고, 결국 건설 시공사와 철근콘크리트 시공업체(단종)가 불법적 시공을 강행하고, 돈벌이에만 치중한 나머지 제멋대로 시공하고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해 ‘그 큰 이익’의 일부를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제공하면서 온갖 불법 작업과 대충 부실시공을 요구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가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악마화’하는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노동계의 목소리를 반영하지 않은 것도 큰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국토교통부를 중심으로 정부가 계속적으로 건설현장 노동개혁 관련 보도자료를 쏟아내면서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문제 삼자, 타워크레인 임대업자들과 건설 시공업자, 하도급 업자들까지 들고 나서서 일제히 이런저런 불만의 소리를 쏟아냈지만, 정작 일선 건설현장 당사자인 타워크레인 기사들 목소리는 외면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는 거다.
타워크레인 월례비 관행 논란이 바로 이런 시공업자들과 하도급업자들의 불법과 불량 시공, 불안전한 무리한 작업 강행으로 인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영남지방 건설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지난 2월 하순경 본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런 편협한 노동개혁 과정에서 타워크레인 임대업자들도 비겁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면서 “사실상 우리 기사들과 맺는 근로계약의 당사자가 타워크레인 임대사다. 즉 임대사와 기사들은 상생의 계약관계라고 볼 수 있는데, 기사들이 겪는 건설현장에서의 애로사항에 대해서는 수수방관하고, 안전문제는 방치한 채 자신들 임대료 챙기기에만 몰두해오다가, 이번 정부의 노동개혁 목소리에 편승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재물로 삼는데 동조하고 있는 모양세인데, 이런 짓은 매우 비열한 행위가 아닐 수 없다. 그야말로 자본들이 똘똘뭉쳐서 타워크레인 노동탄압에는 한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는 비판을 쏟아냈다.
실제로 본지 기자가 입수한 건설공사 현장 공사시방서와 ‘아파트 건설현장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개선 연구(천병조 박사, 명지대학교 일반대학원, 학위 논문 2021)’, 민주노총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 노동환경 및 건강영향 실태조사보고서(최동주 전 타워크레인분과장), 등의 유관자료에 따르면 건설현장의 불법 부실시공과 불안전 작업 문제는 매우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해당보고서에는 일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은 매일같이 반복되는 고난도의 위험작업으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고, 산업재해상으로 신체 건강을 크게 위협받고 있는 사실도 지적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에서 대통령과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연일 쏟아내는 ‘건설개혁’ 목소리를 그대로 보도하면서도 정작 개혁 당사자로 낙인 찍힌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하지 않은 채 이른바 ‘보도자료 복붙(복사하여 붙여 보도하기) 언론매체’의 여론 조성에 힘을 얻은 철콘업체의 문건도 건설 노동자들에겐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철콘업계(건설현장에서 철근시공과 콘크리트 타설을 전문으로 하는 건설업체)의 한 사업자단체가 지난 1월 17일 자로 전국 각 건설현장에 대해 ‘타워 월례비 중단 시 준법투쟁 유형과 대응방안’이라는 공문서를 발송했다”면서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에 대해 지급해오던 월례비를 중단할 것과, 월례비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사법당국에 고소 내지 고발로 맞대응하라고 권고했는데, 이런저런 온갖 불법 위험 작업으로 실컷 부려먹다가 토사구팽을 일삼는 것”이라고 분기탱천했다.
해당 대응문건을 본지 기자에게 제공한 한국노총 타워크레인 관련 노동조합의 한 타워크레인 기사는 “비열하기 짝이 없는 짓”이라고 격앙된 반응을 전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방침에 호응하여 ‘이때다!’라고 여긴 철콘업계가 원청 시공사에서 시공 계약 당시 지급받기로 계약한 타워크레인 기사들 월례비를 떼어먹고 자신들의 이익으로 챙기려는 수작”이라고 말해, 사실상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공사비에 포함된 금원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해당 문건에 대해선 “우리는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준법’을 하려는데, 철콘들이 무슨 권리로 법을 뭉개가면서 불법을 강요하며, 산업안전보건법에서도 지적하고 있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불안전 작업을 강요하려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성토했지만, 정작 대응방안 문건에는 작성자와 배포자가 명시되어 있지는 않았다.
그는 이에 더 나아가 “문건 전반적인 내용으로 보아 철근 콘크리트 시공업 관련 단체가 작성하여 배포한 것으로 보인다. 타워크레인 작업은 매우 위험한 작업으로 양중물 결박(줄걸이 작업자) 작업시엔 2인1조 작업이 필수이고, 별도의 신호수 1명과 안전 작업관리자가 동반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아끼려고 건설현장에선 단 1명만 배치하여 작업하기 일쑤”라면서 “특히 갱폼 작업(Gang Fromwork, 건설현장에서 조립된 대형 거푸집)을 할 때는 바람에 날리는 연처럼 이리저리 현장을 휘젓거나, (갱폼이)휘어지거나 꺾여서 위험하기 짝이 없는데, 시간단축과 인건비 발생을 줄이기 위해 건설현장 노동자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작업을 독촉하는 쪽은 철콘들”이라고 지적하면서, 관련 영상과 사진 등의 자료를 대량으로 제공했다. 실제로 해당 영상에는 갱폼이 대형으로 제작되어 안전기준을 초과하거나 대충 제작된 불안정한 갱폼이 양중과정에서 휘어지거나 부러진 것처럼 꺾인 채로 허공에 둥둥 떠 있는 아슬아슬한 모습이 담겨있기도 했다. 철콘업계로 추정되는 해당 문건은 타워크레인 기사들을 매우 화나게 했다.
타워크레인노동조합 측도 법률검토에 들어간 모양새다.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의 한 간부(별칭, 짹짹 국장)은 “고용노동부의 타워크레인 작업 관련 갱폼 작업안전지침서(한국산업안전공단 작성)과 법률에 근거 작성된 타워크레인 갱폼 작업 시 안전대책(안전보건공단 작성, 산안법기준에 관한 규칙 제337조제1항제4호 등), 타워크레인 안전 사고 관련 법원의 판례 등을 검토해보면, 갱폼 작업에 대한 중량물 취급 작업계획서의 고지나 원청사와 하청사의 안전보건 관리책임, 시공사와 하청업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나 불법 시공 여부가 명확해진다”면서 “이번을 기화로 삼아 건설현장에서 누가 불법을 저지르며 부실시공을 일삼고 있는지를 명확히 구분해야 할 때”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관련 자료를 본지 기자에게 제공했다.
짹짹 국장은 이에 더 나아가 “비단 산업안전보건법 위반뿐만이 아니다. 건설현장에서 비산먼지를 날리거나 각종 건축폐기물(산업폐기물) 불법 방류나 불법 매립 사례는 국토 환경을 오염시키기도 하지만, 건설현장 최상단 허공에서 작업하는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의 신체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고, 건설현장 안전펜스(안전을 위해 가설한 벽) 넘어서 길거리 대로변 등지에서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생명 안전을 무시하고 건자재를 옮기는 일은 비일비재”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전문건설업계에 오랫동안 몸담아 온 천병조 박사(명지대학교)는 이런 갱폼 작업에 대해 자신의 박사 학위 논문을 통해 “지상층 골조공사는, 지하층 공사와 연계하여 기준층 내·외부의 거푸집 공법과 형식에 따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아파트 내부는 알폼(AL form)이라는 자재를 활용하여 건물의 골격을 형성하게 되고, 아파트 외부 벽체는 대형 거푸집인 갱폼(gang form) 이라는 자재가 다양하게 개발되어 아파트 골조공사에 많이 활용하고 있다”고 기술하여, 사실상 우리나라 공동주택에서 갱폼 사용 공법이 널리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천병조 박사의 해당 논문은 2023년 2월 현재 이미 인터넷 온라인 상에 공개돼 ‘누구라도 내려받기’를 통해 열람이 가능하다.
천병조 박사는 그러면서 “안전관리시스템 측면에서는, 최근에 개발된 지하층 거푸집 공사의 획기적 공법인 무해체 공법의 도입을 제안하였으며, 갱폼 안전인양 감시시스템 도입, ‘안전대 체결 지키미 시스템’개선대책도 제안하였다. 또한 본 연구에서 제시된 여러 가지 개선대책의 신뢰성 검증을 위해, 위험성 평가(risk assessment)를 통해 정량적, 정성적 분석기법 등으로 시범 현장에서 검증을 실시하여, 개선대책의 신뢰성을 확보하였다(아파트 건설현장 재해예방을 위한 안전관리시스템 개선 연구 서론 13P)”고 기술했다.
그러나, 천병조 박사는 ‘건설현장 갱폼 시공 관련’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선 “철콘협회가 타워크레인 기사들 관련 대응방안 공문을 발송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거 준법을 하겠다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오히려 불법 위험작업을 강요하고 있는 게 아니냐? 법적으로 보아 (철콘이) 나가도 너무 나간 게 아니냐?”라는 취지의 물음에 “준법을 불법으로 몰다니? 그럴리가 없다”면서 “철콘협회가 발송한 공문이 아닐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고 문건 내용에 대해 강한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이후 ‘철콘 업계의 입장 관련 답변을 요구하려는’ 본지 기자의 거듭된 접촉에는 이렇다 할 응답이 없다.
강원권 민간업체 시공 건설현장에서 근무하는 전문건설업체 소속의 한 현장소장은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철저한 익명성 보장을 요구한 후 “결국, 윤석열 정부가 노동개혁 타깃(target)을 잘못 짚은 것 같다. 우리 단종(시공사 건설현장 시공의 부분 하청을 맡은 시공업체)들과 타워크레인 기사들은 상생해야 하는 관계인데, 민감한 월례비 문제를 꺼내서 단종업체와 타워크레인 기사를 분열의 관계로 몰고 있는 셈”이라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 도움 없이 어떻게 공기(공사기간)를 제대로 맞출 수 있겠나? 월례비 문제도 시공사나 단종들이 아쉬워서 ‘잘해달라는 부탁조’로 지급했던 것이 사실이고,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인건비가 훨씬 더 들어가지... 공기는 공기대로 늦어지지... 힘은 힘대로 들고, 능률은 그만큼 오르지 못하고...(길게 한숨) 건설현장 단종 소장의 입장에선 이런 논란(타워크레인 기사 월례비)에 절대로 찬성할 수 없다”고 설명하면서도 “이건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라고, 거듭해서 강조했다.
그는 또한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준법 시공”에 대해서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법대로 하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제대로 시공을 해야 하는데, 절대 불가능 한 일”이라며 “가령 시방서에 나와 있는 콘크리트 양생만 해도, 요즘같이 한겨울에 콘크리트 타설을 하면 죄다 불법이 된다. 다만 예외 규정(동한기 불가피한 타설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콘크리트 품질을 보장할 수 있다고 누가 장담하겠나? 콘크리트 품질 검사를 제대로 한다면 전부 불량일 텐데. 전부 부실공사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에 더 나아가 “윤석열 정부가 작년(2022년)에 대우조선 노동자들을 공권력으로 누르고, 화물노조 기사들을 때려잡더니, 기세가 올라 기고만장해진 결과”라면서 “국민들이 속내는 모르고 노조 때려잡는 것만 보고 ‘속이 후련하다’고 하면서 지지율을 올려주니까, 이번엔 건설현장 노동자들을 때려잡겠다고 나선 모양인데, 원희룡이는 제깟 놈이 뭐라고 앞장서서 건설현장을 두드리나? 쥐뿔도 모르는 게... 요즘 건설현장 관련 뉴스가 나오면 정말 보기가 싫다. 특히 원희룡이 폼을 잡고 건설 현장을 돌아다니며 보여주기식 여론전이나 해대는 건 더 보기 싫어!”라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막말을 동원한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건설현장 관련 노동계에선 “양대노총 건설노조에 속한 건설 기계와 철근공 형틀공이 적지 않고, 비노조 일용직까지 합치면 전국적으로 수백만 명에 이를 적지 않은 숫자이지만, 정작 내국인은 전체 건설현장 노동자의 10%남짓이다, 대부분 외국 노동자들이 점유하고 있는 게 현재의 건설현장 실정이고, 심지어 한국인 노동자들이 외국인 팀장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일을 하고 하루 벌이 일을 구걸하고 있는 형편이고, 그들 외국인 노동자들 가운데 적지 않은 인원이 불법체류 노동자 신분으로 이런저런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는 사실이 각종 언론매체의 보도로 증명되는데, 이런 현실에서 조합원 수가 그리 많지 않은 타워크레인 조종사들을 ‘악마화’하여 본보기로 삼아 노동개혁을 외치는 윤석열 정부는 보면, 그야말로 ‘태산명동에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 아닐 수 없다. 순전히 국민들 보라고 쇼(Show)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2023년 2월말 현재 한국노총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이 두 개의 노동조합총연맹 소속의 타워크레인 관련 노동조합이 활동하고 있고, 한국노총에서 지난 2022년 제명됨으로 인해 연맹 외에서 개별노조단체로 활동하는 타워크레인노동조합(과거 전국건설산업노동조합 타워크레인분과) 소속의 조합원까지 전부 합치면 타워크레인노동조합 소속의 조종사들은 약400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백만 명이 일하는 전국 건설 노동현장에서 4000명 타워크레인 기사들 가운데 불법을 저지른 몇 명을 때려잡아 ‘노동개혁!’이라고 외치는 윤석열 정부에 대해 건설현장의 원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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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