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형타워크레인 사고 현장에선 책임 떠넘기기 급급 ‘막말과 욕설만 난무’
▲ 건설현장 소형타워크레인 사고로 인해 골목 도로상에 축 늘어진 고압선, 소형타워크레인 사고, 11일 서울특별시 구로구 소재 한 건축현장에서 소형타워크레인 강철와이어와 후크가 공중에서 땅바닥으로 쏟아지는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
[한인협 = 박귀성 기자] 소형타워크레인이 또 사고가 났다. 한동안 잠잠했던 소형타워크레인이 또 다시 사고를 냈다는 거다. 이번 소형타워크레인 사고는 11일 오전 서울시 구로구 소재 한 건설현장에서 발생했다. 본지 기자가 현장에서 취재한 결과에 따르면 이번 사고를 야기한 소형타워크레인은 이미 국토교통부가 행정적으로 시정명령을 내린 기종 가운데 하나로, 국가 기관의 시정명령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현장에서 적지 않는 논란을 야기하고 있는 CCTL80A 기종으로 장비번호(경기27가8***)까지 알려졌는데, 장비번호를 부여받았다는 것은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용승인을 정식으로 획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타워크레인 안전 강화’를 거듭해서 주창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행정은 실효를 거두고 있는 것일까?
이번 소형타워크레인 사고는 건설현장의 주요 자재인 철근 내리는 중에 소형타워크레인 강철 와이어가 땅바닥에 쏟아지는 현상이 발생한 거다. 국토교통부는 이미 지난해 2021년 2월 10일 “제작결함 타워크레인 건설현장서 퇴출”이라는 제목으로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소형타워크레인에 대해 특별 점검을 진행하고 12개 기종 369대에 대한 행정조치 명령을 부과했다고 발표하면서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안전 강화 조치를 시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런 국토교통부의 행정 조치가 있었지만, 국토교통부의 보도자료 발표 이후에도 소형타워크레인 관련 사고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이날 사고가 난 소형타워크레인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 소속의 Y모 기사가 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그는 사고 당일 현장에서 본지 기자와 만나 “오전부터 철근 인양작업을 하던 도중에 느닷없이 감속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강철 와이어가 풀리면서 철근을 들어올리기 위해 걸었던 후크와 와이어가 땅바닥으로 쏟아졌고, 무선리모콘(소형무인타워크레인을 조종하는 휴대용 장비)을 급하게 작동했지만 제어가 안 됐다”면서 “해서, 급하게 현장 주변에 있는 신호수와 인부들에게 ‘피하라!’고 소리쳤다”고 사고 당시의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형타워크레인 사고 당시 임대사에 사고 보고를 하려는데, 임대사 대표가 대뜸 ‘어떻게 조종했기에 사고가 나느냐?’고 하는데, 마치 사고 책임을 조종사인 내게 지우려는 것 같았다”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 가운데 누가 자신이 벌어 먹고 사는 타워크레인을 사고나게 조종하겠나? 정말 한탄스럽다”고 개탄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막말과 욕설이 튀어나왔다. 본인의 신분을 밝히지 않은 한 인사는 느닷없이 취재 중인 본지 기자의 ENG카메라 렌즈에 자신이 끼고 있던 작업용 장갑을 벗어 쑤셔넣으면서 “누가 남의 불행을 찍고 있는 거냐?”면서 “한노 연합(한국노총 연합노련)이 뭔데 사고 조사를 하겠다고 몰려온 거냐?” 등 욕설과 막말이 섞인 고함을 마구 쏟아냈다. 그는 이 과정에서 언론매체에 대해 “연합 노조하고 같이 왔느냐?” “기자면 어디 기자냐? 기자증 내놔봐라!” “남의 불행을 이렇게 허락도 없이 마구 취재해도 되는 거냐” 등의 고함을 지르면서 본지 기자를 향해 무서운 얼굴을 여러차례 보여 취재를 방해하기도 했다.
이에 더 나아가 해당 소형타워크레인 임대사 대표도 14일 오전 ‘사고 원인 분석 결과’를 알아보려는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인사사고(사람이 다치는 사고)도 없었는데, 굳이 취재할 필요가 있느냐?”면서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말한 후 일방적으로 대화 중단을 선언했다. 위험천만한 사고에 대해 원인분석과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선 일언반구 언급이 없는 거다.
하지만,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연합노동조합연맹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동조합(위원장 유상덕) 측은 이날 곧바로 이원희 홍보국장과 김경수 대외협력국장의 이름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국토교통부가 이번 사고 기종 CCTL80A를 비롯한 3개 기종 120대는 등록말소 조치, 9개 기종 249대에 대하여 시정조치 명령과 함께 12개 기종 369대 모두에 대해 판매중지 명령도 부과했다”고 지적하면서 “국토교통부가 (안전성 강화를 위한 조치 관련 보도자료를 내고도) 1년이 넘는 기간동안 국민생명을 위협하는 제작결함 소형타워크레인을 묵인, 방치, 은폐해왔다”고 비판했다.
유상덕 위원장은 특히 이날 본지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국토교통부가 국민 생명은 나 몰라라 하면서 소형타워크레인 업자들의 돈벌이 편의만 봐주고 있다”면서 “대체 타워크레인 안전을 강화한다고 큰소리 치면서 탁상행정만 몰두하고 있는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할 정부 기관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성토했다.
유상덕 위원장은 그러면서 “소형타워크레인의 특징은 도심 속 밀집지역 사이에 설치 가동되는 사유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다 하면, 지나가던 시민 및 차량을 덮칠 우려가 높으며 시민들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천만의 장비”라면서 “오늘 발생한 사고는 전적으로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의 부실행정을 탓할 수 밖에 없다”고 날선 지적을 가했다.
유상덕 위원장은 이에 더 나아가 “이번 달(4월) 5일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노사민정 회의(노동자+시민사회단체+사업자단체+국토교통부가 함께 타워크레인 안전 관리를 위한 협의회의)’를 개최해야 한다는 요구 공문을 등기우편으로 보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면서, “지난 2018년부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해마다 소형타워크레인 위험에 대해 지적을 받으면서도 갖은 핑계와 변명으로 말을 바꾸고, 약속을 파기하며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국토교통부는 도대체 무엇을 하는 집단인지 묻고 싶다”고 언성을 높였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2021년 2월 10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고 기종인 CCTL80A 장비에 대해 “▲ 호이스트 윈치 실물이 형식신고도서 사양과 상이 ▲ 와이어로프 성적서 없음 ▲ 마스트 풍하중 계산 오류 ▲ 러핑 브레이크 패드 간극 측정 센서 절단”이라고 장비 결함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사고가 발생하고, 사고 후 후속조치에 대해서도 논란이다. 본지 기자가 사고현장에서 알아본 바 시공사측도 임대사측도 국토교통부나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공단,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등에 신고가 됐는지 여부를 알아본 바 현장 측에선 이렇다 할 후속 조치가 없었다는 건데, 대한건설기계안전관리원 역시 사고 신고 접수 여부를 묻는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사고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사고가 났다면 곧바로 신고 접수가 우선돼야 한다. 기자의 제보를 받은 만큼 조사팀을 현장에 보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연합노련 타워노조 이원희 국장 또한 “산업재해 관련 건축물 공사금액 50억이 기준인데, 사고 현장은 지상 16층 80여 세대라면 당연히 기준 공사비를 넘는다”면서 “인사사고의 경우 무조건 신고해야 하지만, 소형타워크레인의 경우 15층 미만까지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되고 있다.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