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필리버스터 한계에 봉착했나? 29일 선거구획정안 표결로...
▲ 필리버스터 6일째를 맞은 28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방청객들이 가득 매우고 있다. |
필리버스터 암초 만났다. 필리버스터 중단 조짐에 새누리 ‘여유’, 더민주 ‘초조’ - 필리버스터가 중대 위기를 맞았다. 본래 필리버스터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의 야당이 주도하고 있는 가운데 수많은 국회 속기록과 의원들의 어록을 남기며 전 국민적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들였다.
이런 필리버스터(무제한 자유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가 암초를 만났다. 28일 오전 11시 20대 총선 선거구 획정안이 획정위원회에서 의결 국회 의사처로 넘어온 것이다.
때문이 이번 4.13총선 획정안은 29일 국회 본회의 표결에 붙여질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회 본회의가 열려야 한다. 이날 오전 이석현 국회부의장은 필리버스터 22번째 주자인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의 발언이 진행되는 동안 새누리당 의원들이 항의하자, 이를 만류하는 발언 속에 ‘선거구획정안 국회 제출됐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설명했다.
야당 주도의 이번 필리버스터는 박근혜 정부와 여당이 총력을 기울여 강행하려는 테러방지법을 정의화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본회의에 직권상정했고, 이에 강력히 반발한 더불어민주당은 표결을 저지하는 ‘신의 한수’로 필리버스터에 전격 돌입했다.
필리버스터는 지상파에서는 실시간 생방송으로 볼 수 없다. 때문에 네티즌들의 대안 언론과 인터넷TV 방송사, 국회방송에서 송출하는 정보를 습득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특히, 존재감 없었던 국회방송과 팩트TV는 역대 최고의 시청률을 올리는 중이고, 국회 방청석은 중고생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28일에도 오전부터 박혜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연단에 올랐고, 현재 시간 이학영 의원까지 테러방지법 반대를 위한 필리버스터는 120시간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하지만, 이번 필리버스터 정국이 거대하고 불가항력적 암초를 만났다. 이를 주도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도 고민에 휩싸일 수 밖에 없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선 이미 “필리버스터를 멈춰야 한다”는 움직임이 감지됐다.
더불어민주당 원내의 한 당직자는 이날 오전 본지 기자와의 대화에서 “29일 선거구 획정안 표결을 위해선 필리버스터를 멈춰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필리버스터가 중단 위기에 처했음을 분명히 했다.
반면, 새누리당은 ‘필리버스터 정국’에 대해 ‘느긋하다’는 입장이다.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그간 “직권 상정된 테러방지법은 야당의 요구를 반영한 결과”라며 “일고의 (수정 또는 협의의) 가치도 없다”고 공언해 놓고 있다.
일단 선거구 획정안이 이날 오전 국회 의안과로 넘어온 이상 더불어민주당도 모종의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될 기로에 서게 됐다. 획정안을 처리하려면 필리버스터를 멈추고 국회 본회의를 열어야 한다. 표결이 되려면 새누리당이 테러방지법도 동시에 밀어낼 가능성이 높다. 결국 필리버스터를 중단해야만 한다.
하지만 엿새 동안 이끌고 오면서 ‘폭발’한 국민들의 관심을 무시하고 ‘필리버스터 정국’을 끝낸다면 향후 쏟아질 비판을 감내해야 한다. 성과를 얻기는커녕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중단하는 ‘무정란’의 모양새가 되고 만다는 여론이 팽배해 있기에 쉽지 않는 결정일 수 밖에 없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SNS와 인터넷상에는 오히려 ‘야당 행보’를 비판하는 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이번 필리버스터를 통해 생생한 국회 현장을 지켜볼 수 있었던 국민들의 실망감과 반발은 향후 야당에게 거센 후폭풍으로 작용할 위험 소지를 충분히 안고 있다는 분석이다.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