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 우병우 저격 여부가 야당 존폐 여부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특검의 칼날을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가운데 김기춘 비서실장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4일 오전 특검은 김기춘 전 실장과 조윤선 문체부장관을 소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
김기춘이 최순실을 모른다고 했다가 김기춘은 갑자기 말을 바꿨다. 김기춘이 국회 청문회에서 연출한 모습이다. 김기춘 전 청와대 실장의 혐의 입증이 관건이다. 결국 김기춘 전 실장이 김종 전 문체부 차관에게 “최순실 잘 해줘라”라는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기춘 전 실장은 ‘법꾸라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김기춘 전 실장이 법망을 요리조리 잘 피한다는 비유다.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은 일찍이 김기춘 우병우 두 인물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김기춘 우병우 관련 여러 의혹들을 쏟아냈다.
실례로 박지원 의원은 비대위원장이었던 지난 2016년 11월28일에도 김기춘 전 실장이 박근혜 대통령의 지시로 차은택을 만났다고 언론에 밝힌 것과 관련해 “법 미꾸라지!”라며 “박근혜 대통령에게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맹렬히 비난한 바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김기춘 전 실장이 이제 최순실과의 만남을 부인하고 박근혜 대통령을 끌고 가는 것”이라고 최순실을 모른다고 선을 그었던 김기춘 전 실장을 정면으로 겨냥했다.
김기춘 전 실장은 지난달 12월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청문회’에 출석해서 최순실과의 관계를 강력하게 부인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그러면서 “대한민국 법 미꾸라지이자 즉석 형량 계산기인 김기춘 전 실장이 모든 것을 다 검토하고 (최순실· 차은택 등의) 검찰 공소장에 공범으로 밝혀진 박근혜 대통령에게 혐의를 씌우는 것”이라고 마치 김기춘 전 실장이 법망을 피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김기춘 전 실장에 대해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백과 반성이 필요한 게 김기춘 전 실장으로, 이미 40년 전 최태민 일가의 전횡을 조사했지만 지금 그들과 함께 권력을 주물렀다”고 성토했다.
박지원 위원장은 나아가 “최순실에게 70억 원을 상납했다가 압수수색 때문에 돌려받은 롯데그룹의 면세점 인허가 의혹 및 롯데 비자금 의혹 핵심인 (신격호 총괄회장의 셋째부인) 서미경씨 조사 회피에는 ‘김기춘 전 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 신동빈 롯데 회장’ 라인이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실제로 국정 현안 관련 김기춘 전 실장은 적지 않은 사건에 연루돼 있다.
박지원 위원장은 심지어 “우리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인 김기춘 전 실장이 지금이라도 제발로 검찰로 찾아가 수사를 자처하라고 요구한다”면서 “제 발로 출두하지 않으면 검찰은 김 전 실장과 우 전 수석, 신 회장을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김기춘 전 실장을 피의자로 지목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김기춘 전 실장을 염두에 두고 “내일 세월호 1000일 춧불집회 후 ‘그것이 알고싶다’ 꼭 보시길 권합니다”라며 자신의 SNS계정에 관련 사실을 게재하고 김기춘 전 실장을 언급했다. 지난 7일 방송되는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신년 특집으로 2주간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중심에 있는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을 집중 조명했다.
‘그것이 알고 싶다-엘리트의 민낯-우병우 전 수석과 청와대 비밀노트’ 편은 우병우 전 수석과 국정농단사태 당사자인 최순실, 최순득 자매의 관련성에 대한 의혹을 추적하고 단독 입수한 청와대 비밀노트를 통해 민정수석 재직 당시 새롭게 드러난 비리를 공개한다고 예고했다.
표창원 의원은 이에 대해 “정말 저로선 개인적으로 너무나 충격적이다. 이건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국기 문란이고 헌정 문란 범죄라고 봐야한다”며 “정유라가 이화여대 입학에 부정이 있느냐 마느냐의 그런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라고 경악했다.
김기춘 전 실장에게 국민의 관심이 쏠리게 된 계기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서 구속영장이 청구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언론과 국민 여론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그간 국회 등에서 한 거짓진술들과 김기춘 전 실장의 과거 행적 들에 대해 집중돼 있다.
특히 한사코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던 김기춘 실장이 최순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는 정황과 김종 전 차관에게 ‘최순실에게 잘해주라’고 지시했다는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진술이 나온 것이다.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과의 관계를 ‘전혀 모른다’로 일관하고 최순실 관련 국정농단 사건에 대해 일체 관련성을 부정하려던 김기춘 전 실장에겐 치명적인 진술이 아닐 수 없다.
최순실 회사를 돕도록 강요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1월 검찰에 구속된 김종 전 차관이 검찰 조사에서 “자신이 차관에 취임한 직후부터 김기춘 전 실장이 최순실에게 잘해주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이런 김기춘 전 실장의 말을 듣고 최순실과 박근혜 대통령이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최순실의 부탁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는 게 김종 전 차관의 얘기다.
김기춘 전 실장 지난해 12월7일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자리에서 ‘최순실을 알고 있느냐’는 더불어민주당 박영선 의원의 질문에 “제가 최순실 씨를 정말 모른다. 최순실 씨 전화기라도 이렇게 조사해보면 저하고 한 통화라도 한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잡아 뗐지만, 네티즌들이 박영선 의원에게 제공한 정보가 공개되자 김기춘 전 실장은 그제서야 “지금 생각해보니 제가 최순실씨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다”는 말을 더듬기 시작했다.
김종 전 차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의 딸 정유라를 직접 언급한 사실을 털어놓기도 했다. 지난 2015년 1월 김종덕 전 장관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유라처럼 운동을 열심히 하는 학생을 키워야 한다”고 정유라를 ‘콕’ 찍어 언급했다는 것이다.
김종 전 차관을 다시 조사한 특검도 비슷한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박근혜-최순실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의 핵심 인물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우병우 전 민정수석으로 압축된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박근혜에게 ‘왕실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실질적으로 청와대 권력을 장악한 ‘공식 실세’로 평가 받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작년 11월 언론에 처음 공개된 故 김영한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김기춘 전 실장의 말과 행적이 낱낱이 기록돼 있다. 청와대 수석회의 내용이라곤 믿기지 않는 충격적인 내용이 적지 않았다. 언론노조와 전교조, KBS 노조 등이 밝힌 김영한 비망록 관련 내용을 모아보면 경악을 금할 수 없다.
김영한 비망록에 기록된 언론장악 국정교과서, 블랙리스트, 세월호 관련 ‘지시’의 주체는 바로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었고, 김영한 전 수석은 그 표기를 (長)으로 해놨다. 박정희-박근혜 2대를 최측근에서 보필한 김기춘 전 실장은 누구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며 정치권력의 핵심 자리를 지켜왔다.
비망록은 김기춘 전 실장이 국정농단 핵심 공범임을 입증해 줄 증거가 되는 듯 했다. 그러나 2016년 12월7일 최순실 국정농단 2차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낸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정농단의 주범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면서도 심지어 김영한 전 수석의 비망록의 ‘長’ 역시 모두 본인의 지시사항은 아니라고 부인했다. 김기춘의 말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하는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이처럼 숱한 조작의 중심에 있었다. 결코 청문회에서 스스로 인정하고 사죄했던 것처럼 김기춘 전 비서실장은 국정농단 실체를 상상도 못했을 만큼 무능했던 비서실장이 결코 아니라는 이야기다. 세월호 유가족은 누군가 여론을 조작하는 세력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했다. 김영오씨는 “고 김영한 비망록에서 증거가 나올 줄 몰랐다. 날짜를 보니까 정확하더라. 22일부터 해서..”라고 김기춘 전 실장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여론전을 전개하려던 음모에 대해 분개했다.
이제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근거로 김기춘 조윤선 두 인물을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 김기춘 전 비서실장과 조윤선 문체부 장관 소환이 초읽기에 들어간 것이다. 이번에도 특검의 칼날을 피해갈 수 있을지 법꾸라지 김기춘 실장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인협 = 박귀성 기자]
박귀성 기자 skanskdl01@hanmail.net